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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일상

나의 아저씨 #1

2019년 백상예술대상 TV부문 드라마 작품상을 수상한 <나의 아저씨>를 틈틈히 보고 있다. 작품성 때문이라고 하지만 사실은 내가 좋아하는 아이유가 나온다는 점이 더 컸다.

어제랑 오늘은 7화를 봤는데 처음으로 감동적인 장면이 나와서 여기에 그 대사를 적는다. 여기서 최유라 역할로 나오는 배우는 바로 <이태원 클라스>의 오수아, 권나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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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철: 우리 기훈이 어디가 좋아요?

최유라: 전… 망가진게 좋아요. 사랑해요.

박기훈: 여기 다 망가진 인간들이야. 니가 좋아하는. 은행 부행장이셨다가 지금 모텔에 수건 대고 계시고. 자동차 연구소 소장이었다가 지금 미꾸라지 수입하고 계시고. 제약회사 이사였다가 지금은 백수. 알지? 형이랑 나랑은 청소. 야~ 좋겠다. 여기 다 니가 좋아하는 망가진 인간들이라. 야… 너는 언젠가는 진짜 한번은… 남자한테 다구리로 쳐맞아. 어?! 그 중에 내가 있을지도 모르겠는데… 너 진짜 조심해라.

최유라: 좋아하는 데 왜 맞아..요?

박기훈: 망가지는데 왜 좋아해? 너보다 못한 인간들 보면서 아… ‘나는 쟤보다, 저 인간들보다 낫지’ 그런거 아냐 지금? 그런데 지금 그걸 사람들 앞에 앉혀놓고 대놓고 말하냐?

최유라: 그게 아니고요.

박기훈: 뭐가 아냐?! 이씨…

최유라: 저는 여기 있는 분들 다 존경해요. 진짜로요.

박기훈: 야! 너 급하게 지금 존경으로 막 이어서 어떻게 마무리 지으려고 하는 모양인데.. 너 머리 나쁘다. 너 지금 뭐 안 이어진다!!!

최유라: 들어봐요 좀! 이어지나 안 이어지나.

최유라: 인간은요. 평생을 망가질까봐 두려워하며 살아요. 전 그랬던 것 같아요. 처음엔 감독님이 망해서 정말 좋았는데. 망한 감독님이 아무렇지 않아보여서 더 좋았어요. 망해도 괜찮은 거구나. 아무것도 아니었구나. 망가져도 행복할 수 있구나. 안심이 됐어요. 이 동네도 망가진 것 같고, 사람들도 다 망가진 것 같은데. 전혀 불행해보이지가 않아요. 절대로. 그래서 좋아요. 날 안심시켜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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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안: 달릴 때는 내가 없어져요. 근데, 그게 진짜 나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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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면 무언가 도전을 하고 싶다가도 실패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무언가를 하지 못할 때가 많은데 망한다고 삶이 끝나지 않는 건 아니지 않을까?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역량이 대부분의 사람에게 있지 않을까? 70세가 되어 젊을 적 꿈이었던 발레를 배운 심덕출 할아버지가 ’10년 이라도 빨리 시작할 걸’ 이라며 아쉬워했던 것처럼, 나도 언젠가 아쉬워하고 후회하는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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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이언양

라이언양 연구실 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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