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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일상

나의 아저씨 #2

권나라 생각보다 연기 잘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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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안 : 공짜로 안전진단도 해줘요?

박동훈 : 그럼 한 동네 살면서 돈 받냐?

이지안 : 건축사인 거 소문나면 여기저기서 다 봐달라고 그럴 텐데

박동훈 : 건축사 아니고 구조기술사. 여태 무슨 회사 인지도 모르고.

이지안 : 비슷한 거 아닌가.

박동훈 : 달라. 건축사는 디자인하는 사람이고, 구조기술사는 그 디자인대로 건물이 나오려면 어떤 재료로 어떻게 만들어야 안전한가, 계산하고 또 계산하는 사람이고. 말 그대로 구조를 짜는 사람.

모든 건물은 외력과 내력의 싸움이야. 바람, 하중, 진동, 있을 수 있는 모든 외력을 계산하고 따져서 그거보다 세게 내력을 설계하는 거야. 아파트는 평당 삼백 킬로 하중을 견디게 설계하고,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학교랑 강당은 하중을 훨씬 높게 설계하고.

항상, 외력보다 내력이 세게. 인생도, 어떻게 보면 외력과 내력의 싸움이고. 무슨 일이 있어도 내력이 세면 버티는 거야.

이지안 : 인생의 내력이 뭔데요?

박동훈 : 몰라. 

이지안 : 나보고 내력이 세 보인다면서요.

박동훈: 내 친구 중에 정말 똑똑한 놈이 하나 있었는데, 이 동네에서 정말 큰 인물 나오겠다 싶었는데, 근데 그놈이 대학 졸업하고 얼마 안 있다가, 뜬금없이 머리 깎고 절로 들어가 버렸어.

그때 걔네 부모님도 앓아누우시고, 정말 동네 전체가 충격이었는데, 걔가 떠나면서 한 말이 있어. 아무것도 갖지 않은 인간이 돼보겠다고.

다들 평생을 뭘 가져보겠다고 고생 고생하면서, 나는 어떤 인간이다를 보여주기 위해서 아등바등 사는데, 뭘 갖는 건지도 모르겠고, 어떻게 원하는 걸 갖는다고 해도, 나를 안전하게 만들어주는 것들에, 나라고 생각했던 것들에 금이 가기 시작하면, 못 견디고, 무너지고, 나라고 생각했던 것들, 나를 지탱하는 기둥인 줄 알았던 것들이 사실 내 진정한 내력이 아닌 것 같고, 그냥, 다 아닌 것 같다고.

무의식 중에 그놈 말에 동의하고 있었나 보지.

그래서 이런저런 스펙 줄줄이 나열되어 있는 이력서보다 달리기 하나 쓰여있는 이력서가 훨씬 세 보였나 보지.

이지안 : 겨울이 싫어

박동훈 : 좀 있으면 봄이야.

이지안 : 봄도 싫고. 봄, 여름, 가을, 겨울 다 싫어요. 지겨워. 맨날 똑같은 계절 반복해가면서.

박동훈 : 스물한 살짜리가 할 말은 아닌 것 같은데.

이지안 : 내가 스물한 살이기만 할까. 한 번만 태어났으려고. 매 생에 육십 살씩 살았다 치고, 오백 번쯤 환생했다 치면, 한 삼천 살쯤 되려나.

박동훈 : 삼만.

이지안 : 아 삼만. 왜 자꾸 태어나는 걸까?

박동훈 : 가라.

이지안 : 내일 봬요. (멈췄다가 돌아서서)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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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라 : 나 원래대로 펼쳐놔요. 감독님이 구겨놨으니까 다시 깨끗하게 펼쳐놔요. 활짝! 펴놔요 원래대로… 나 오디션장에만 가면 죽을 것 같아요. 또 구박받을 생각하면 숨이 안 쉬어져요. 다시 연기하고 싶은데… 진짜 하고 싶은데… 그 근처만 가면 죽을 것 같고… 나 밝았던 내가 그리워요. 그러니까 나 원래대로 펴놔요. 펴놔요.

박기훈 : 뭘 어떻게 펴줘..

최유라 : 성심성의껏. 최대한 잘 펴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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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훈: 인생, 왜 이렇게 치사할까?

정희: 사랑하지 않으니까 치사하지. 치사한 새끼들 천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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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이언양

라이언양 연구실 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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