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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인정해 주는 곳으로

야구에 빠진 사람은 아니지만 빅 리그에서 우리 나라 사람이 활약하면 적어도 결과와 뉴스 및 인터뷰는 챙겨보는 편이다. LA 다저스는 워싱턴 내셔널스에게 져서내셔널디비전리그(NLCS)를 탈락하며 이번 시즌을 마감했다.

류현진 선수 인터뷰 기사 헤드라인은 “나를 인정해주는 팀으로 갈 것” 으로 기사의 바람이 가미가 되었는지 모르겠으나 내용으로 볼때 해당 팀에 마음이 떠난 것처럼 보였다. 결정적인 순간에 자신을 믿어주지 않는다면 선수로서 그리고 인간적으로 실망감이 있는 건 어쩔 수 없지 않을까?

류현진 “나를 인정해주는 팀으로 갈 것”
(쿠키뉴스 | 문대찬 | 2019.10.10. 19:00)

참고로 올해 류현진 선수는 ERA(Earned Run Average, 평균자책점) 2.32로 이번 시즌을 마무리했는데 이는 미국 메이저리그 전체 1위다. 박찬호 선수도 만들어내지 못한 기록을 만들어냈으며 아시아 투수로서도 최초다. 그렇지만 나는 박찬호 선수가 더 좋다. 아무래도 IMF 시절에 미국에서 대한민국 국민에게 힘을 줬던 선수라는 이미지 때문인 것 같다.

https://youtu.be/Qm3LS2iQx6A
세계를 향해 던지다 – 코리안 특급 반찬호 (2016.06.06)

내가 재직중인 곳은 철밥통이라 불리는 공기업이다. 자기 개발을 하지 않더라도 대부분 들어온 순서대로 적어도 팀장 까지는 승진할 수 있는 곳이다. 최근에는 인사 적체가 심해서 이 정도까지는 아니다. 그래도 어쨌든 임금 피크제까지 포함하면 65세까지 잘리지 않고 일할 수 있다.

어쨌든 내가 이 얘기를 꺼내는 이유는 리더십 없는 무책임하고 무능한 매니저들 때문이다. 요즘 들어 거듭 확인하는 사실은 ‘자신을 알아주지 않는 사람’에게는 자신의 능력을 보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무언가를 얘기하려고 하더라도 ‘가만히 있으라’, ‘너한테 묻지 않았다’, ‘개발자한테 얘기하고 있잖아’, ‘조용히 하고 있어라’는 등 오히려 발끈하기 때문이다. 들을 귀가 있는 자에게 말을 하라는 성경의 말씀은 진리다.

그래서 나는 요즘 회사에서 말을 줄인다. 어떤 아이디어가 있더라도 이야기를 가급적 하지 않으려고 한다. 나를 존중하지 않는 사람, 나를 인정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내 어떤 능력도 발휘하고 싶지 않다. 사실 나는 이곳에서 나의 능력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팀원의 의견을 신뢰하지 않는 곳에서는 어떤 개선도 하고 싶지 않아서 개인적인 프로젝트만 진행할 뿐 업무를 크게 개선할 수 있는 일은 하고 있지 않다.

사실 회사 일은 너무 쉬워서 재미가 없다. 프로젝트를 하더라도 큰 그림이 그려지고 어떻게 하면 프로젝트가 잘 되는지, 어떻게 하면 프로젝트가 잘 안 될지 감이 온다. 입사 후 지금까지 포탈 개편, 검색엔진 개편, 사내 메신저 개편, 내부메일 개편, 외부메일 개편, 메일 아카이빙 개편, 모바일 앱 서비스 런칭 등 다양한 일을 해왔다. 일반적인 루트(route)는 아니어서 때로는 늦은 시간까지 (공기업에서) 야근을 하는 일도 많았지만, 그 시간들은 나에게 많은 것을 가르쳤다.

때로는 OECD에서 일했던 시간이 그립다. 거기서 나의 보스였던 Jonathan과 dotStat 팀을 이끌던 Jens 같은 경우는 내가 속으로 ‘이걸 과연 할 수 있을까?’ 라고 의심할 때도, 나에게 꾸준한 믿음을 주며 결국은 내가 만들어 낼 수 있는 결과보다 더 나은 작품을 만들도록 도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거기는 내가 궁극적으로 생각하는 커리어 패스를 쌓을 수 있는 환경을 제공했다.

신의 직장은 무슨… 안전하다고 착각하는 이 곳에서 어쩌면 나는 늪에 빠진 것처럼 점점 고착화 되다가 결국에는 내가 증오하는 ‘발전 없는 삶’, ‘시키는 대로만 하는 삶’을 살게 되는 건 아닐까 두렵다.

그래서 나는 공부를 하고 있다. 영어도 꾸준히 하면서 좋은 기회를 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금은 내 앞 길이 두렵고, 막막하고, 답답하지만… 결국에는 길을 찾을 거라고. 그게 아니라면 내가 길을 직접 만들 거라고 생각한다.

라이언과 무지 댄스댄스
라이언과 무지 댄스댄스

오늘은 신나게 춤을 추며 내일 있을 CISSP 시험을 준비해야겠다. 합격할거다.

I’ll fly away to where I can spread my wings freely. I sometimes ask myself: “Don’t I waste my talent here?” My answer is always the same: “Yes, I do.” It’s time to make a decision. What would I really want in my life? Be hon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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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이언양

라이언양 연구실 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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