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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일상

나의 아저씨 #3

깊은 상처가 있는 사람은 감정 표현도 잘 하지 않고 세밀하게 느끼지도 않는다. 아마도 살기 위해 의식적으로 무덤덤하게 행동하는 게 아닐까? 하지만 누군가로부터 따뜻한 말을 듣기 시작하고, 걱정해주는 사람이 생기고, 자신을 위해 싸워주는 사람이 생기면 그 누구보다 예민하게 반응한다. 무감각한 게 아니다. 살기 위해서 어쩔 수 없었던 거다.

나는 걔 얘기 들으니까 눈물이 나는데.. 너는 눈물 안나냐?

동훈: 나는 걔 얘기 들으니까 눈물이 나는데.. 너는 눈물 안나냐? 왜 애를 패 새끼야!!! 불쌍한 애를 왜! 왜! 왜!!나 같아도 죽여, 내 식구 패는 새끼들은… 다 죽여!!!

박동훈이 다쳤다고 하니 몰린 형제와 지인들. 나에게는 저런 사람들이 존재할까? 박동훈은 참 인생을 잘 살았다.

동훈: 니가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이면, 남들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해. 니가 심각하게 생각하면, 남들도 심각하게 생각하고. 모든 일이 그래. 항상 니가 먼저야. 옛날 일. 아무 것도 아냐. 니가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면, 아무것도 아니야. 이름대로 살아. 좋은 이름두고 왜.

모든 일이 그래. 항상 니가 먼저야. 옛날 일. 아무 것도 아냐. 니가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면, 아무것도 아니야.

최유라: 아침에 일어나기가 끔찍해. 사라지고 싶어. 또 완전히 구겨졌어. 지구에 종말 온다는 말 없어요? 도망가긴 쪽팔리고… 다같이 망해야 하는데. 남산은 왜 화산이 아닐까? 폭발하면 좋을 것 같은데…

행복하자 친구야.
아무것도 아니다.
아무것도 아니야.

이지안 : 내 말 잘 들어요. 내일 출근하면 사람들 많은데서 나 자르겠다고 얘기해요. 자꾸 들이대서 못 살겠다고 처음아니라고.

사람들 다 있는데서 그렇게 얘기해요. 느닷 없이 키스하고 별짓 다 해서 잘라 버리겠다고 경고 했었는데 불쌍해서 몇 번 도와줬더니 자기 좋아하는 줄 알고 또 들이대더라고. 다 말 해요. 난 가만히 있을 테니까. 다 사실이니까.

그냥 하는 얘기 아니에요. 어차피 한 사무실에서 얼굴보기 불편한 사이 됐고, 회사에서 나 때문에 골치 아픈 거 같은데 다 얘기하고 그냥 잘라요. 난 아쉬울 거 없으니까.

박동훈 : 안 잘라!! 이 나이 먹어서 나 좋아한다고 했다고 자르는 것도 유치하고, 너 자르고 동네에서 우연히 만나면 아는 척 안 하고 지나갈 거 생각하면 벌써부터 소화 안돼.

너 말고도 내 인생에 껄끄럽고 불편한 인간들 널렸어. 그딴 인간. 더는 못 만들어. 그런 인간들 견디며 사는 내가 불쌍해서 더는 못 만들어.

그리고 학교때 아무사이 아니었더라도 어쩌다 걔네 부모님 만나서 몇 마디 나누고 나면 아무것도 아닌 사이 아니게 돼. 나는 그래.

나 니네 할머니 장례식에 갈거고 너 우리 엄마 장례식에 와. 그니까 털어. 골부리지 말고 털어.

박동훈 : 나도 너한테 앙금하나 없이 송과장, 김대리한테 하는 것처럼 할 테니까, 너도 그렇게 해. 사람들한테 좀 친절하게 하고. 인간이 인간한테 친절한 건 기본아니냐? 뭐 잘났다고 여러사람 불편하게 퉁퉁거려. 여기 뭐 너한테 죽을 죄 지은 사람 있어?

직원들 너한테 따뜻하게 대하지 않은 건 사실이야. 앞으로 내가 그렇게 안 하게 할테니까 너도 잘 해. 나 너 계약 기간 다 채우고 나가는 거 볼거고, 딴데서도 일 잘 한다는 소리 들을 거야.

박동훈 : 그래서 10년 후든, 20년 후든 길에서 너 우연히 만나면 반갑게 아는 척 할 거야. 껄끄럽고 불편해서 피하는게 아니고 반갑게 아는 척 할 거라고. 그렇게 하자. 부탁이다. 그렇게 하자. 슬리퍼 다시 사와.

10년 후든, 20년 후든 길에서 너 우연히 만나면 반갑게 아는 척 할 거야. 껄끄럽고 불편해서 피하는게 아니고 반갑게 아는 척 할 거라고. 그렇게 하자.

좋아서.
나랑 친한 사람중에 그런 사람이 있다는게.
좋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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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이언양

라이언양 연구실 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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