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포스트는 <조승연의 쓰기의 기술> 4강: 빈 종이를 채우는 기술을 보고 작성했습니다.
글을 쓰기 전에는 우선 재료(레고 블록)가 많아야 한다. 과거에는 책을 쓸 때, 오랜 시간이 걸려도 괜찮았지만, 세상이 빨라지면서 그런 시절은 점점 과거가 되고 있다. 재료를 사전에 준비해도 글을 쓸 수 있지만, 그러면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기 때문에 힘이 든다.
세상에서 가장 힘든 것은 상대방이 없는 상황에서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글도 마찬가지다. 가장 먼저 내가 누구랑 말을 할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 연령
- 나이
- 관심사
- 직업
- 정서
- 배경지식
구체적으로 아래와 같이 독자를 분석할 수 있다.
- 내 타켓층에 준하는 사람을 내 주변에서 찾아낸다.
- 그 사람들의 평소 말투, 사고 방식을 생각해 보거나 직접 차장서 대화를 나눈다.
- 그 사람의 사고를 결정짓는 인문학 배경지식을 찾아본다. (어떤 만화, 영화, 역사적 사건)
- 그 사람이 알아 들을 수 있는 말로 스타일을 바꾼다. (글을 쓰기 전에 읊어보기)
똑같은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을 설득할 필요가 없다. 나랑 다른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을 설득해야 하기 때문에 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그러한 ‘인내의 다리’를 건너지 않으면 그들의 세계관을 결코 이해할 수 없고, 좋은 글을 쓸 수 없다.
독자가 내가 쓴 글을 터무니 없다고 이야기 한다면, 그것은 내 문제다. 내가 글을 잘 쓰지 못한 거다. 오히려 내 글을 읽기 위해 최소한 상대방의 소중한 시간을 썼다는 점을 감사해야 한다. 고마워해야 한다.
상대방이 알아 들을 수 있는 말로 글을 쓴다는 것은 아래 셰익스피어와 흑인 힙합퍼 투팍. – 투팍의 부모님은 말콤 엑스의 연설문을 꿰고 있는 그런 가정에서 자람. 또한, 투팍은 흑인들에게 The Poet 이라고 불림 – 의 문장을 통해 이해할 수 있다.
살 것이냐 죽을 것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 셰익스피어
내가 계속 살아야 하나 아니면 총으로 대가리를 날려 버릴까
– 투팍
셰익스피어는 소위 말하는 배운 사람들을 위한 문장이다. 투팍의 문장은 학문을 깊이 연구하지 않은 사람도 이해할 수 있는 문장이다. 상대방에 따라 어떤 문장은 의미 없는 문장이고, 어떤 문장은 명문이 된다.
레고를 통해 정답이 아니라 퍼즐을 만들어야 한다.
– 말콤 글레드웰
내가 궁금한 것을 처음부터 끝까지 설명하며 정답을 제시하는 것보다, 상대방이 풀고 싶은 문제를 단서와 함께 제시하는 게 좋다. 그래서 처음 시작하는 문장을 의문형으로 시작하는 것도 좋다.
“인간은 궁금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보고, 듣고, 읽는다.“
우리 나라의 커뮤니케이션 스타일은 여지를 주지 않는다. 이것은 정확할지 몰라도 흥미를 떨어뜨린다는 큰 단점이 있다. 말을 할 때나, 글을 쓸 때나 청자 혹은 독자가 참여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야 한다.
글을 퍼즐로 만들어야 하는 이유는 불필요한 내용을 제거하기 위함이다.
논리적인 글쓰기의 기본 템플릿은 아래와 같다.
- Attention Getter (도입 문장, Background Information, 내가 하고 싶은 말)
- 본문
- 이유 1
- 이유 2
- 이유 3
- 결론 (내 말 맞지? 그러니까 이렇게 하자)
오늘 날에는 사람들이 다양한 관심사가 있기 때문에 “교양이 없다” “무식하다”와 같은 말이 항상 옳지는 않다. 과거에는 통했다. 그러나 세상이 변했다. 모든 사람이 <오딧세이아> 등 고전을 읽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글을 쓸 때도 상대방이 알아 들을 수 있도록 필요한 배경지식을 간략히 전달해야 한다. 상대방이 알고 있다고 가정을 해서는 안 된다.
위 템플릿을 좀 더 친근하게 바꾸면 아래와 같이 된다.
머리 부분 (도입부)
- 야 이런 일이 있었어 흥미롭지 않아?
- 이런 일이 있는 걸 봐서 세상이 이렇게 돌아가는 것 같아
- 그런데 나는 그게 마음에 들어/안 들어. 대신, 이랬으면 좋겠어.
몸통 부분 (증명부)
- 왜냐하면 사실 세상이 지금처럼 돌아가면 이런 점이 나쁘거든
- (또는) 세상이 내가 주장하는 대로 돌아가면 이런 점이 좋거든
- 왜 좋으냐 하면 ABC
결론 부분 (결론부)
- 내 주장이 맞지?
- 그래서 내 주장이 현실화 되려면 이런 노력이 필요해
- 모두 홧팅!
컨텐츠를 낭비하기 위해 발악할 필요없다. 어차피 방송에 나가면 멘트 하나로 기억된다. 말하기도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아껴야 다른 곳에서 써 먹을 수 있다.
Hits: 95